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나는 처음으로 영어권 국가에 가게 되었다. 그것도 세계 최강대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으로 한 달 간의 연수를 가게 된 것이다. 학교에서는 UCLA, UC Berkeley 등과 같은 명문대학교에서의 여름학기, Lab tour, 문화체험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지원해주기로 하였다. 그중에서 나는 English for S&T program(줄여서 EST)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비록 UC Davis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농생명 계열에서 최우수 대학이며 환경학, 식품학, 공대도 수준이 높다고 한다. 특히 수의학과는 미국에서 최고 수준이다. UC Davis는 캘리포니아의 주도인 Sacramento에서 서쪽에 있으며 Yolo County에 속해있는 Davis에 있는 대학교이다. Davis는 인구가 65,000명 정도인 소도시이며 인구의 절반 이상이 UC Davis의 교직원과 학생으로 이루어져 있는 대학 중심의 도시이다. 7월 2일에 오리엔테이션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6월 31일 미국으로 떠났다. 항공료를 줄이기 위해 2번 갈아타는 방법을 택해서 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도쿄에서 한번 멈췄다가 미국의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다시 멈추고 그 곳에서 미국 국내항공으로 Sacramento까지 갔다.
어림잡아서 총 22시간정도 걸린 것 같다. Sacramento 공항에서 내가 지내게 될 Homestay House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홈스테이 하우스는 Davis가 아닌 Woodland에 있었다. Woodland는 Davis와 마찬가지로 Yolo County에 속해있으며 Davis보다 약간 북쪽에 있다. 연수 오기 전에 Homestay에 대한 정보를 받았기 때문에 Homestay mother이 할머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처음 봤을 때 동양계이신걸 보고 약간은 실망을 했었다. 하지만 좀 더 지내고 나서 어느 홈스테이보다도 정말 잘 챙겨주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집에는 다른 일본인 학생도 홈스테이를 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의 해는 매우 길고 매우 뜨거웠다. 할머니도 여름은 너무 뜨거우니 가을에 오는 것이 더 좋다고 하셨다.
기온차가 매우 커서 아침에는 기온이 20도 밑으로 떨어지고 오후에는 보통 36도까지 올라갔다. 이렇게 뜨겁긴 하지만 습도가 매우 낮아서 눅눅하지 않아 불쾌지수는 높지 않았다. 더울 때 그늘에 가서 선선한 바람을 맞으면 시원하고 좋았다. 내가 있던 한 달 동안은 이 동네에 단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내가 오기 전에도 한두 달 동안은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 7월 2일 아침, 9시까지 등교이지만 우리 동네에 버스시간은 7:50, 8:50 이렇게 한 시간 간격이며 학교까지 가는 데는 버스로 35분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7:50분차를 타야했다. 또 집에서 정류장까지 걸어가려면 20분정도 걸렸다. 첫 등교이기 때문에 늦고 싶지 않아서 나는 6시 30분쯤에 일어났다. 나의 인생에서 이렇게 이른 시간에 기상하기는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강제적으로 일어난 것 이후로 처음이었다. 하지만 아직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일어나는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 시차는 16시간이 나며, Woodland에서 6시 30분이면 한국에서는 저녁 10시 30분이다. 빵과 오믈렛으로 이루어진 아침을 먹고 나서 집을 나서는데 오늘은 특별히 첫날이니 학교까지 태워주신다 하였다. 그래서 먼저 룸메이트를 태워주시고 나서 나를 수업이 있는 UC Davis Extension Center에 내려주시고 일하러 가셨다.
그래서 8시 20분경 도착하게 되었는데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한 학생이었다. 너무 일찍 왔는지 Opening Ceremony를 하게 될 Orchard room도 채 정리가 되어있지 않았다. 9시쯤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가 되자 매우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는 수강인원이 10명 이내라는 것과 한국사람이 매우 드물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모인 사람들은 오륙십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한 10명 정도는 유럽권에서 온 것 같았고 나머지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에서 왔다. 자리에 앉아서 주위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를 했다. 왼쪽에 있는 친구들은 중국에서 왔는데 영어를 매우 잘했다. 어학연수를 왜 온 건가 싶었다. 나는 아주 기본적인 대화를 제외하고는 한참동안을 생각해서 띄엄띄엄 말해야 하는데 다들 말을 술술 잘하는 것 같았다. 강사들 소개도 하고 한 달간의 일정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반을 나누기 위한 시험을 봤다.
시험을 칠거라는 생각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고 학생들은 다들 스피킹을 잘했기 때문에 긴장이 되었다. 시험은 토익형식으로 듣기, 문법, 어휘, 읽기 등의 문항이 있었고 토익보다 약간 쉬운 난이도였다. 필기시험을 보고 선생님과 인터뷰도 했다. 모든 테스트가 끝난 후 학생들은 RPL과 같이 UC Davis의 대표 식당인 Silo로 식사를 하러 갔다. RPL이란 Extension Center의 스탭인데 다들 이 대학교의 학생이다. 나는 할머니께서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싸주셔서 그걸 먹고 친구들은 각자 싸오거나 햄버거를 사먹었다. 원래 나는 홈스테이를 신청할 때 하루 2끼만 신청하여 하루 숙박비 포함 24$씩 30일로 총 720$를 할머니께 지불했는데 계속 샌드위치를 싸준다고 하셔서 나중에 60$를 추가로 더 드렸다. 미국에서 한 끼를 해결하려면 적어도 6~7달러는 필요하다. 햄버거 하나와 음료수 하나만 해도 6달러가 넘는다. 환율로 따지면 7000원도 훌쩍 넘는데 나는 하루에 2달러만 더 내고 점심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테스트 결과에 따라 반을 나누고 각자 반으로 가서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Level D에 배정되었는데 네반 중에 가장 높은 반이었다. 영어 회화를 상당히 잘한다고 느낀 친구들도 B반이나 C반에 배정된 것을 보고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문법이나 쓰기위주의 영어공부보다는 회화위주의 수업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총 4가지의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오전 수업은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Memorial Union에서 가까운 Wellman Hall에서 들으며 월, 금요일에는 Hot topic 수업을 화, 수, 목에는 Visiting Regional Industries 수업을 듣게 되었다.
Hot topic 수업은 최근 과학계에서 크게 대두되고 있는 주제에 대하여 배워보고 서로 토론도 해보는 수업이며, Visiting Regional Industries는 학교 주변에 있는 기업체에 방문해서 그 기업체가 하는 일들을 직접 살펴보고 서로 이야기 해보는 수업이다. 오전 수업은 레벨에 상관없이 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듣는 수업이고 오후 수업은 시험 친 레벨에 따라 반이 나누어진 수업이다. 오후수업은 Extension Center에서 들으며, 12시에서 1시까지는 Intercultural Research 수업이고 1시에서 2시까지는 Listening and Pronunciation 수업이다. Intercultural Research 수업은 외국 학생들이 미국문화에 대하여 더 많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업으로서 학생들이 팀을 나눠서 자신들이 정한 주제에 대하여 미국인들에게 궁금한 점들을 질문해보고 그 내용을 토대로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하는 수업이다. 그 밖에도 서로 다른 나라들의 문화에 대해 토론해보고 배우기도 하였다. Listening and Pronunciation 수업에서는 정확한 발음과 억양에 대해서 배워보고 미국인들의 Real Conversation도 들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가르쳐주는 회화수업이었다. 이 수업은 외국인 학생들과의 대화도 포함한다. 그렇게 수업들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마치고 일과가 끝났다. 그 후에는 Ice Cream Social이라고 해서 아이스크림 파티를 열었다. 7월 4일 일요일은 미국의 Independence Day로써 큰 국경일이다.
다음날인 월요일까지 미국의 휴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미국에 오자마자 3일간의 긴 휴일을 맞게 되었다. 원래 토요일에는 의무는 아니지만 UC DAVIS Walking Tour가 10시에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10시에 기상하는 바람에 안가기로 하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 할머니께서 UC DAVIS의 도서관에 가는 것을 추천하셔서 별로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홀로 워킹투어도 할 겸 학교로 갔다. 학교 학생의 도움도 받고 지도도 보면서 Shields Library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토요일에는 도서실은 문을 열지 않고 열람실만 개방한다고 하여 그냥 학교를 구경해보기로 하였다. 지도에서 도서관과 가까우면서 가장 눈에 띈 것은 Lake Spafford였다. 길쭉하게 생긴 호수인데 학교의 역사가 오래되어 그런지 나무들도 크고 멋있고 오리들도 많이 살아서 호수가 정말 아름다웠다. UC DAVIS는 미국에서도 꽤 크기가 큰 대학교이며 캠퍼스 안에 공항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들이 공부하고 활동하는 중심 캠퍼스는 전체의 1/8정도이다. 캠퍼스를 구경하면서 놀라운 건물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gay, lesbian, bisexual과 같은 성적소수자들을 위한 건물이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실내 체육관인 ARC, 야외수영장인 REC 그 밖에도 수많은 Hall과 연구소 등이 있었고 농생명 중심 대학답게 유리온실도 많고 농장도 많았다. 나무들도 대부분 높이가 10m는 가뿐히 넘어 보였으며 땅이 넓어서 그런지 건물은 거의 다 단층이었다. 대학교 안에 7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는데 이 건물은 Davis, Woodland 등 여러 도시를 포함한 Yolo County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고 한다.
그 다음날인 일요일에는 비록 내가 종교를 가지진 않았지만 할머니를 따라서 교회에 가보았다. 마지막 휴일인 월요일에는 미국독립기념일을 맞아 불꽃놀이를 한다고 해서 근방에서 가장 크게 불꽃놀이를 하는 카지노 Cache Creek으로 갔다. 그리고 화요일, 드디어 프로그램의 첫째주를 맞았다. 이 주에는 기업방문을 하지 않았는데 나의 일상은 이러했다. 아침 6시 50분쯤 기상하여 7시 50분 버스를 타고 학교로 와서 9시~11시까지 수업을 하고 점심을 먹고 나서 다시 12시~2시까지 수업을 했다. 그리고 5시 30분에 집에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전까지 친구들과 모여서 대화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녔다. 주말인 토요일에는 친구들과 같이 Vacaville Outlet에 쇼핑하러 갔다. 그곳은 Nike나 Adidas, Calvin Klein과 같은 유명브랜드 수십 가지가 각자 점포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크기가 상당히 크다. 하지만 안 좋은 점은 집에 돌아가는 버스는 오후 3시에 끊긴다는 것이다. 아무리 아침에 일찍 오더라도 점포를 여서 일곱 개 정도 둘러보면 집에 갈 시간이 된다. 하지만 나는 그 버스를 놓쳐서 죄송하지만 할머니를 불러야 했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놀이공원인 Six Flag에 갔다. 오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놀이기구를 타고 싶은 만큼 탈 수 있었다. Six Flag는 다양한 Roller Coaster로 유명하여 롤러코스터 위주로 많이 탔다. 하지만 오후에는 사람이 많아져서 놀이기구를 하나 타려면 1시간 이상씩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다양한 동물쇼들도 준비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우리들은 돌고래쇼와 호랑이쇼를 보게 되었다. 돌고래쇼는 늘상 보던 것처럼 돌고래들이 공놀이를 하고 점프도 하고 사람들이 등에 올라탔다. 호랑이쇼는 물에 고기를 던져주면 호랑이가 물속에 들어가서 고기를 먹는 보기 드문 호랑이 수중쇼였지만 다소 지루했다. 그리고 프로그램 둘째주에서는 Hot topic에서는 지구온난화에 대하여 토론해 보았고 고효율 친환경 전구를 개발하는 CLTC(California Lighting Technology Center)에 방문했다. 이 기업은 전기를 효율적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쓸 수 있는 Smart Lighting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실제로 UC Davis에 그 기술을 적용하기도 하였다. 이 기업은 삼성전기와 공동으로 LED 조명을 개발한다고 한다. 그리고 Intercultural Research 수업에서는 조를 나눠서 주제를 정했다. 다행히도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조가 되어 더욱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조는 주제를 미국의 Family Value로 정했다. 그리고 이 주제를 미국의 청소년 임신문제와 이혼 등을 연결시켜서 하기로 했다.
그리고 둘째주 주말에는 1박 2일로 Yosemite National Park에 갔다. Yosemite 국립공원은 큰 나무들과 거대한 폭포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절경으로 유명하다. 버스는 우리학교에서 출발하여 Berkeley에 들러서 UCB학생들을 태운다음 Yosemite로 향하였다. 버클리에 들린 바람에 시간이 더 걸려서 총 6~7시간 정도 걸렸다. 공원에 입장하여 숲으로 들어갔다. 이 숲은 수령이 2000년 이상 된 나무들이 즐비하고 직경이 3m가 넘는 나무도 200그루 이상인 Sequoia 숲이다. 나무가 다들 크지만 뿌리는 의외로 깊지 않기 때문에 조심해서 걸어다녀야 했다. 이 숲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바로 Grizzly Giant 나무이다. 이 나무는 수령이 2700년 이상이며 둘레는 약 30m나 되고 높이는 63m인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들 중 하나이다. 그리고 California Tunnel Tree도 있는데 중간에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이름그대로 터널 나무이다. 40cm정도 되는 거대한 솔방울도 많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몇 년 전에 큰 산불이 있어서 많은 나무들이 소실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에 검게 탄 나무들이 많이 쓰러져 있었다. 숲을 나와서 버스를 타고 Yosemite Fall로 갔다. Yosemite Valley는 높이 600~1200m의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크고 작은 폭포들이 많다. 그중에서 이 Yosemite Fall은 낙차가 728m로 미국 내에서 가장 큰 폭포이다. 폭포에서 한 100m앞에 까지만 가도 날아오는 물에 흠뻑 젖는다. 폭포수는 겨울에 내렸던 눈들이 녹아서 내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Yosemite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Half dome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여행 둘째날에는 가이드를 따라서 하이킹을 갈 수도 있고 정해진 시간까지 마음대로 자유여행을 할 수도 있었는데 중국친구들이 래프팅을 간다고 해서 따라갔다. 래프팅을 하려면 26$를 내야하지만 타다가 보트를 잠시 물가에 대고 물놀이도 할 수 있고 주위의 경치도 환상적이기 때문에 돈이 아깝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서 보트를 빨리 반납해야 했다는 것이다. 래프팅을 마지막으로 다시 집으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프로그램 셋째주가 되었다. LA여행을 금요일부터 가야했기 때문에 정말 정신없이 보낸 한주였다. 수요일 오전에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Monsanto로 기업체 방문을 갔다. Monsanto는 작물보호, 종자개발, 생명공학기술 개발 등의 농업솔루션을 제공하는 다국적 농업기업인데 중학생 때 사회시간에 GMO(유전자 조작식품)를 생산하는 ‘죽음을 부르는 기업’으로 배워 큰 인상이 받았었다. 그리고 중국인 친구들도 Monsanto를 부정적인 기업으로 잘 알고 있었다. “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책에는 Monsanto가 표면적으로는 세계의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GMO종자에 특허권을 적용해 전 세계 각국의 농민을 상대로 매일 100건 이상의 소송을 제기하며 많은 농민들을 나락으로 내몰았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그래서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Monsanto로 향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적은 양의 물로도 성장할 수 있는 옥수수와 파리를 이용한 꽃의 번식 등을 연구하고 있었다. 하나의 작물을 만들어 내는 데는 적어도 9년 이상이 걸린다고 하며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고 한다. 거대한 연구시설들과 수많은 식물들이 인상 깊었다. 직원들은 자신들의 일이 세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행복하게 일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Monsanto가 비윤리적인 이면을 버리고 좋은 기업으로 유명해지길 바란다. 그리고 수요일 오후에는 California State Fair에 놀러갔다. State Fair는 매년 여름 Sacramento에서 개막하며 세계 각국의 음식을 선보이고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가 열리며 크고 작은 많은 공연들도 열린다. 그 밖에도 소, 산양, 라마 등의 지역 가축들과 접할 기회가 주어지며 오토바이를 이용한 익스트림 스포츠 묘기가 선사된다. 그리고 여러 가지 다양한 놀이기구들도 있는데 한 달 남짓 개최되는 State Fair의 특성상 이동식 놀이기구를 사용할 수 밖에 없어서 큰 놀이기구는 없었다. 많은 먹거리들이 있어 즐겁게 보낸 시간이었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Los Angeles로 2박3일간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금요일에는 수업이 있었지만 아침 일찍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하루 수업을 빠지게 되었는데 단체로 가는 여행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이해를 해주었다. Davis에서 LA까지는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상당히 멀다. 우리는 단체로 버스관광을 했지만 비행기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중간에 몇 번 밥을 먹기 위해 정차하기는 했지만 LA까지 가는데 하루 종일 걸렸다. 첫째날에는 Hollywood, Rodeo street 그리고 가는 길에 잠깐 본것이긴 하지만 부자들만 산다는 Bevery Hills도 보았다. Bevery Hills에 내려서 좋은 집들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경계도 삼엄하고 울타리도 높기 때문에 어차피 보지도 못한다고 한다.
Rodeo street는 거의 쇼핑의 거리였는데 Chanel, Prada 등의 명품브랜드점이 즐비하고 중저가의 브랜드도 많았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중에 하나인 Bugatti Veyron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미국에서도 자주 볼 수가 없는 차량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사진을 찍었다. 길가다가 사람들이 어떤 남자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Hollywood 배우인 것 같긴 한데 나를 비롯한 대만, 중국인 친구들도 잘 모르는 것을 보니 미국에서만 유명한 사람인 것 같았다. 그리고 Hollywood 거리에서는 기념품 쇼핑을 계속 하고 구경도 좀 하다가 저녁을 먹었다. 나는 Hollywood라고 해서 영화 찍는 배경이나 배우들이라도 있으려나 했는데 그냥 쇼핑하는 거리 같았다. 그리고 둘째날은 Disney Land나 Universal Studio 중 하나를 택해서 하루 동안의 자유여행을 하는 날이었다. 처음에는 Disney Land는 왠지 유치할 것 같아서 Universal Studio를 가려고 했는데 숙소가 디즈니랜드 주위에 있고 또 친한 친구들이 다들 디즈니랜드로 간다고 하여 나도 따라가게 되었다. 디즈니랜드의 악대연주도 보고 여러 가지 놀이기구도 탔다. 어린이전용 놀이동산이라고 생각을 해서 나 같은 대학생에게는 좀 따분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지만 놀이기구들은 상당히 스릴이 넘치고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본으로 1시간 반은 기다려야 했다. 돈을 더 내고 Fast Pass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난생 처음으로 잠수함도 타보았는데 특이하게도 물속의 풍경과 물고기들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물속에서 Finding Nemo를 보여줬다. 상상도 못해본 신기한 기술이었다. 미키마우스와 사진 찍는다고 Mickey Mouse House에 들어가 보았는데 한 시간이나 기다려서 겨우 사진을 찍었다. 가장 후회되는 일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저녁에는 호수에서 말그대로 환상적인 Fantastic show를 했다. 분수를 이용해서 워터스크린을 만들어 영상도 보여주고 배우들이 거대한 배 위에서 연극도 하고 춤도 췄다. 그리고 불꽃놀이도 벌어졌다. 대만 친구들이 상당히 감동을 받아서 한 시간 뒤에 똑같은 공연을 다시 보았다. 하루에 두 번씩 같은 내용으로 하는 것 같았다.
그 다음날, LA여행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는 Santa Barbara Beach로 향했다. Santa Barbara는 스페인 풍의 작은 도시로써 아름다운 해변가를 가지고 있다. 처음에 도착하여 특이하게 생긴 법원인 Courthouse에 가보고 점심 먹으러 거리도 돌아다녔다. 분홍색과 흰색으로 이루어진 건물들과 야자수들이 어우러진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다. Santa Barbara Beach도 아름다웠지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어서 오랫동안 있지 못했다. 그 곳을 마지막으로 2박 3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미국에 오면서 큰 실수를 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전화이다. 누나가 뉴질랜드에 가있을 때 공중전화가 많아서 국제전화카드만 가지고 한 달간 생활을 했다고 하여 나도 전화카드만 준비해서 갔다. 그런데 미국에는 공중전화가 별로 없었다. 전화카드로 핸드폰도 쓸 수 있길래 써보았는데 별로 비용절감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3주차가 끝나갈 즈음에 전화비를 조회해보니 17만원이 넘었다. 그래서 늦게나마 인터넷 전화인 Skype 10달러를 신청해서 사용하였다. 인터넷 전화는 무선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만 쓸 수 있지만, 집안에서도 학교에 가서도 교실 근처에는 무선 인터넷이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인터넷 전화를 사용했으면 15만원정도는 절약했을 것 같다.
프로그램 마지막 주에는 여러 시험을 치고 숙제도 많이 내고 해서 바쁜 시기였다. 수요일에 Sacramento에 있는 The Center for Biophotonics Science and Technology에 방문하였다. 이 센터에서 하는 일은 Bioimaging, Cellular and molecular biophotonics 그리고 Medical biophotonics로써 UC Davis와 협력하는 기업체인 것 같았다. 이렇게 이들이 하는 일은 세포들과 분자들의 사진을 찍고 연구하는 것이며 우리는 주로 각종 실험실에 들어가 보았다. 레이저 현미경, TEM, SEM 등이 있다고 하는데 그들이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가 볼 수가 없어서 흥미롭지 않은 방문이었다. 그리고 목요일에는 그동안 Intercultural Research에서 사람들 인터뷰한 것을 바탕으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한 것을 발표하였다. 다들 정말 멋지게 준비해와서 주눅이 들었지만 그럭저럭 해내었다.
이번 준비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미국의 경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미국인들이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청년 실업문제와 경제문제였다. 실제로도 마을에 있던 Mervyn이라는 큰 쇼핑몰도 문을 닫았고 다른 상가내에도 점포들 상당수가 문을 닫아서 장사가 활기차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날에는 Hot topic에서 Embryonic Stem Cell의 이용에 관한 토론을 하였다. 각자에게 역할이 주어졌는데, 나는 Advanced Cell Technology Inc의 연구원으로써 배아줄기세포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게 되었다. 나는 배아를 생명으로 볼 수가 없으며 불치병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배아줄기세포의 연구가 더 많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지만 결국은 토론에 졌다. 심판관은 실제로 Sacramento에서 줄기세포에 관하여 연구를 하고 계시는 일본인 누나가 하셨는데 배아줄기세포가 당장 치료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단지 연구용으로만 쓸 수 있기 때문에 배아의 무분별한 이용을 하지 말자고 결론을 내렸다.
오후에는 Ending Ceremony를 하고 각자 졸업장을 나누어 주었다. 나는 4과목에서 다 A0를 받았는데 대부분 학생에게 A0를 주는 것 같았다. 성적에 중요한 요소는 시험점수이기 보다는 학생들의 성실함인 것 같았다. 그리고 친구들과 마지막 사진도 찍고 이별을 하였다. 내가 나중에 다시 시간이 나면 UC Davis로 놀러 올 수는 있겠지만 다시는 이 친구들을 보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슬프고 아쉬웠다. 중국, 일본, 대만 친구들은 인터넷으로나마 만날 수는 있겠지만 같이 놀러 다니고 먹으러 다닐 수도 없을테니 헤어짐이 정말로 아쉬웠다. 나는 마지막 주가 되어서 한국에 돌아올 때가 다가오자 미국에 더 있고 싶었다. 하지만 8월 초는 여행 성수기이기 때문에 비행기표를 구할 수가 없어서 빨리 올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비행기표가 일요일 오후인줄만 알고 주말에 San Francisco에 놀러가려 했는데 알고 보니 토요일 아침이었다. 한 달 동안 Davis에 있으면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San Francisco에도 안 가본 나 같은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미국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중간에 Salt Lake City 대신에 Portland 공항을 경유하여 갔다. 또 산서는 20일간 미국에 더 머무르기로 하여 나 홀로 가는 것이라 더욱 긴장이 되었다. 시간이 오래걸리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큰 문제없이 한국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번 연수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카메라를 안가지고 온 것이다. 나는 아이폰을 가지고 왔는데 화질이 안 좋은 것은 그렇다고 치고 하루 종일 여행을 할 때는 음악을 듣고 사진을 몇 장 찍으면 배터리가 방전되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핸드폰으로는 디즈니랜드 저녁이후의 풍경을 담아올 수가 없었다. 사실 이번 연수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재미있게 놀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오게 되었다. 그래도 미국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전에는 영어의 발음이나 강세에 대하여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좋은 외국인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자랑스럽고 행복한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