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가기 전- 인터뷰 준비>
UCLA extension으로 연수를 가기 위해서는 미국학생비자를 받아야 한다. 학교에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얼마 후에 비자 준비 과정과 I-20가 들어있는 파일을 받았다. 하루 수업을 빼고 서울에 있는 미국대사관으로 인터뷰를 하러 갔다. 그런데 5X5 비자용 사진도 안 뽑아갔고, 통장사본 준비도 안 해갔고, 비자신청 수수료도 안 낸 상태여서… 서울 도착해서 한다고 허둥지둥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해서 갔는데, 나는 인터뷰하는 데에 심사관이 통장사본이나 잔고증명서를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ㅜㅜ 사실 준비하기에는 어렵지 않은 서류들이라서 인터뷰 당일에 딱 챙겨갈 수 있게 다 ‘미리미리’만 준비해놨었다면 좋았을 텐데..ㅜㅜ 비자신청 수수료는 신한은행에서 납부하고 영수증을 받으면 되는데, 대사관 근처에 있는 신한은행에서 하려면 좀 더 일찍 도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납부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지만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으니까.예약한 시간에 맞춰서 가면 인터뷰를 훨씬 빨리 끝낼 수 있다. 나는 예약했던 시간보다 늦게 도착해서, 기다리고 인터뷰까지 끝나는 데에 한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인터뷰에 대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나는 다행스럽게도(?) 인터뷰를 한국말로 했다. 심사관이 외국인이었는데 한국말로 질문했다! ^^ 학교가 어딘지, 전공이 뭔지, 연수는 몇 개월 가는지, 돈은 부모님이 지원해주시는 건지 등을 물어봤다. 아침부터 허둥지둥 하느라 너무 힘들었지만, 이것도 새로운 경험인 것 같아서 뿌듯한 하루였다.
<수업>
학교 첫날, 여권이랑 사진을 들고 가서 학생증을 만들고 안내 책자와 종이를 한 뭉큼 받았다. 가이드북에는 버스 요금이나 택시 전화번호부터 가까운 관광지에 어떻게 가는 지까지 나와 있어서 꽤 유용하게 사용했던 것 같다^^ 그리고 Placement Test가 있었는데, 선생님과 일대일로 간단한 면담을 한 뒤, 듣기시험과 문법시험을 쳤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후에 첫 날은 일찍 마쳤다. 둘째 날에도 오리엔테이션이 있었고, 반 배정 결과를 확인한 뒤 임의로 짜진 조별로 UCLA 캠퍼스 투어를 했다. 사실 캠퍼스 안에 있는 서점에서 수업에 필요한 책을 사러 가면서 캠퍼스를 살짝 둘러보는 정도였다. 그래서 둘째 날도 책만 사고 일정은 끝!
셋째 날부터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는데,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하는 오전 수업과 1시부터 3시까지 하는 오후 수업이 있었다. 월요일과 수요일, 화요일과 목요일 시간표가 같고 금요일에는 수업이 없었다. 오전 수업반이랑 오후 수업반이 다른데, 우리 반의 경우에는 15명 정도씩 있었다. 그리고 우리 반에 유난히 한국 사람이 많아서, 오전 수업에는 나랑 친구까지 포함해서 6명이 한국인이었고 오후 수업에도 한국인이 5명이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아랍인, 대만인이 많았고, 일본, 중국, 브라질, 프랑스도 있었다. 아무래도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비슷한 면이 많다보니 주로 어울렸던 친구들은 일본이랑 대만 친구들이었다. 프랑스 억양보다는 차라리 일본이나 중국 억양이 알아듣기 쉽기도 했고..
오전 수업은 Academic, Business, Culture 중에서 두 가지를 선택하는데, 나는 Academic (월, 수)과 Business (화, 목) 수업을 들었다. 원래는 아카데믹이랑 컬처를 선택했었지만..; 바꾸고 싶다면 프론트 데스크에 말해서 반을 바꿀 수 도 있다. 오후 수업은 Communication, Discover LA, TOFEL 중에서 한 가지를 고르고, 나는 Communication을 들었다. 모든 수업은 대부분이 파트너나 그룹별로 대화, 디스커션을 하는 형식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수업방식이어서 좀 어색하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 수도 있고, 다른 나라의 문화도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수업 내용은 기본적인 비즈니스나 마케팅 개념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도구도 다양했고 여러 가지 활동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Anya 수업 시간에 들었던 라디오 내용이 하나도 안 들려서 좌절하면서, 비즈니스 수업이 싫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가장 체계적이었던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몰랐던 마케팅 용어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오후 수업 Communication은 선생님 두 분이 요일을 번갈아 가면서 수업을 했다. Wendy는 주로 발음 수업을 했는데, 한 사람 한 사람씩 봐주면서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가르쳐줬다. Scott은 현재완료, 조건문, 진행형 같은 문법 수업을 주로 했다.
Communication 수업을 들으면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자기가 원하는 주제 아무거나 정해서 7분~10분 정도 발표를 하고, 이걸 통과해야 이 수업도 통과할 수 있다. 주로 발표 주제는 자기의 관심사나 자기 나라에 대한 것들이었다. 직업이 baker인 Jake는 어떻게 빵을 만드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직접 만들어온 파인애플쿠키도 맛보여줬다. 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일본인 친구 Yuka는 인도네시아에 대해서 발표했다. 그리고 브라질에서 온 두 친구는 브라질 카니발과 브라질 보사노바에 대해서 발표를 했었다. 한국에서는 사실 다른 사람들이 발표할 때 멍 때리고 있을 때가 많았는데^^; 여기서는 대부분이 다 가볍고 쉬운 주제들이어서 발표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
<수료식>
4주간의 프로그램이 끝나고 마지막 목요일은 수료식이 있었다. 12주 프로그램을 듣는 학생이라도 4주가 끝날 때마다 수료식을 한다. 그동안 반 친구들하고도 많이 친해져서, 이 날은 첫 날과는 다르게 확실히 시끌벅적하고 활기가 넘쳤던 것 같다. 먼저 반 별로 나가서 담당 선생님이 한 명씩 학생들을 소개했다. 한 명씩 수료증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개가 끝난 후에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수료증을 나눠 주는 게 전부였다. ^^; 그리고 친구들이랑 선생님들과 사진을 찍고 수료식은 끝! 우리는 도라, 제이크, 유카한테 한국에서 준비해온 작은 선물도 주고, 커피숍 기프트 카드도 선물로 줬다. 이 친구들이랑 이제 헤어져야 한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제이크는 우리한테 마지막이라고 파인애플쿠키도 하나씩 싸줬다! 한 번 먹었던 게 너무 맛있어서 또 먹고 싶었는데, 제이크의 섬세한 배려에 완전 감동!T^T 제이크한테는 나중에 빵집 개업하면 찾아가겠다고 했고, 유카한테도 일본에서 만나자고 했지만.. 정말 만날 수 있을까 먹먹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참 즐거운 한 달이었고, 이 LA는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기숙사>
LA공항에서 기숙사 아파트까지는 셔틀을 타고 갔는데, 아저씨한테 학교에서 알려준 기숙사 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딱 아파트 앞에 내려주고, 한 사람당 14달러가 나왔다.도착은 했는데 어떻게 체크인을 해야 할지 몰라서 한참을 헤맸었다. 학교에서 알려준 주소로는 방 번호가 5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에는 5층이 없었다.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찾은 끝에 엘리베이터에 R이 Roof를 뜻하는 것이고, 거기가 5층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그래서 5층에 그 방으로 갔는데,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고 다시 입구로 내려가서 오피스로 연락을 해보라고 알려줬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입구 인터폰으로 연락을 해서 우리 방이 어딘지 알 수 있었다. 열쇠는 방문 앞 매트 밑에, 이름이 적힌 봉투 안에 있었다.첫 날 그렇게 고생해서 방을 찾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학교에서 보내 준 메일에 기숙사 영수증과 함께 어떻게 체크인을 하는지 상세하게 나와 있는 파일이 있었다. 어떻게 오피스에 연락하는지부터 엘리베이터에서 R이 5층이라는 것, 열쇠는 방문 앞 매트 밑에 있다는 것까지! 받아 놓고 프린트까지 해서 왔는데, 미리 읽어보지 않아서 그렇게 고생했던….. 미리 읽어봤으면 그렇게 힘들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다음 날, 열쇠 봉투에 적혀있던 대로 여권과 신용카드를 들고 아파트 오피스에 가서 체크인을 했다. 그리고 28달러를 내고 무선 인터넷 비밀번호를 받았다. ㅡ한 비밀번호에 한 기기만 되고, 다른 기기를 사용하려면 반 값(14달러)을 내야한다.
물 쓰는 건 마음껏 써도 되는데, 전기세랑 난방비는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그 만큼 내가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격주로 목요일이면 청소부가 바닥청소를 해주긴 하는데, 체크아웃하고 나서 방에 얼룩이 남아 있거나 청소가 제대로 안 되어있으면 또 추가로 청소비용을 내야한다고 들었다. 몇 주가 지났는데 아직 메일이 없는 걸 보면 내 방은 아무 문제 없나보다.
집에는 침실이 2개 있고 방마다 화장실이 있다. 우리 집 같은 경우에는 거실도 꽤 넓었다. 방에는 책상도 있고, 붙박이 옷장도 하나 있었다. 한 침실을 두 명이 써서 총 4명이 살 수 있는 집이었다. 그런데 나는 처음엔 같은 방을 쓰는 룸메 1명만 있었고, 나중에 2주 정도 후에서야 같은 수업을 듣던 한국인 Julia가 우리 집 건너 방에 들어왔었다. 부엌이랑 거실은 공동 공간인데도, 룸메들이 집에 자주 없어서 밥을 해먹거나 쉬는 데에는 불편하지 않아서 좋았다.
빨래는 아파트 층마다 있는 세탁실에서 하는데, 세탁기 2개 건조기 2개가 있었다. 원래는 세탁 1.25달러, 건조 1.25달러였는데, 우리가 나오기 일주일 쯤 전부터 세탁하는 데 1.5달러를 내야했다ㅜㅜ 또 쿼터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빨래하고 건조까지 하려면 쿼터 10개가 있어야 했다. 사실 학교에서 정해준 기숙사긴 하지만, 꽤 비싼 편이다. 주변에 친구들한테 얘기하면, 다들 4명이 한 집을 쓰는 데 한 달에 1200달러면 너무 비싸다고들 했다. 우리도 지내면서 비싸다고 불만이 많았는데, 그 후에 나와서 여행 다니면서 싼 호스텔에서 지내고 방을 구하러 다녀보니까 그래도 그 집이 비싸기는 했지만 화장실도 방마다 있고, 시설도 그 정도면 깨끗했고, 정기적으로 청소도 해주고 어느 정도 관리도 됐으니… 괜찮은 집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 여행>
첫째 주 주말에는 할리우드에 갔었다. 평일에 수업 마치고 가까운 베니스 비치로 놀라가기도 했고, 다른 주말에는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갔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 티켓은 UCLA 캠퍼스 안에 있는 티켓 센터에서 좀 더 싼 값에 살 수 있는데, 특히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2 day 티켓이다. 일 년 안에 2번 갈 수 있는 티켓! 그런데 우리는 한 번 더 갈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틀 연달아 갔었다. 마지막 주에 수료식 다음 날에는 디즈니랜드도 갔었는데, 물론 재미있고 좋았지만 버스타고 가기에는 너무 멀었고 크기도 커서 개인적으로는 디즈니랜드보다는 작지만 더 새롭고 신기한 게 많았던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더 좋았다.^^ 그리고 헌팅턴 라이브러리도 좋았다. 패서디나를 거쳐서 갔는데, 시청이나 우체국 건물이 고풍스러운 느낌이었다! 그렇게 정원 있는 단독 주택가는 거의 처음 보는 거였던 것 같은데, 조용하고 예뻤다. 매일 똑같이 생긴 아파트에 식당이 몰려있는 웨스트우드만 보다보니 새로운 느낌이었다. 입장료는 학생 할인 받아서 10달러만 냈다. 헌팅턴 도서관은 박물관인데, 미국의 역사를 쭉 볼 수 있었다. 도서관보다도 정원이 크고 다양해서 좋았다. 허브 정원도 있고, japanese, chinese 정원도 따로 있고, 선인장 정원도 있었다. 겨울이라서 꽃이 만발해 있지는 않았지만, 그냥 날씨 좋은 날 풀밭에서 뒹굴고 사진 찍으면서 놀다보니, 소풍 온 것처럼 즐거운 하루였다^^
웨스트우드에서 가까운 게티 센터(Getty Center)는 미술관인데, 웨스트우드에서 가까워서 평일에 수업 마치고 버스타고 갔다 왔다. 꽤 크고 넓은데다가 깨끗하고 예뻤다. 여기도 정원이 잘 돼 있어서 밖에서 사진 찍고 돌아다니느라 실내 전시는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게다가 입장료도 없어서 한 번쯤 가보면 좋은 곳! 이렇게 매주 나들이 가는 것도 좋았고, 새로 만난 친구들도 너무 좋았고, 수업도 부담스럽지 않고 재미있었다. 미국에서의 한 달은 소중한 추억이 됐고, 새롭고 뜻 깊은 경험이었다. 정말 잊을래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