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A를 선택한 이유, 그리고 출국준비

이번 여름방학동안 학교의 해외연수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 어떤 것을 할까 고민하다가 Culture exchange program을 선택했다. Summer session에 비해 여유롭고 Lap tour보다 장기간 연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과 영어공부를 동시에 하고 싶었던 나에게 적합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나자 어떤 학교를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각 학교의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살펴보고 이미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고해 UCLA를 선택하게 되었다. 첫째로 UCLA가 위치한 로스앤젤레스는 서부의 중심도시라서 샌디에이고, 라스베가스, 샌프란시스코 등 주변 관광도시로 가기 편해 여행하기에 적합했고, 둘째로 UCLA의 프로그램은 오랜 시간 어학연수 과정을 운영해오며 완성된 프로그램이었기에 영어를 체계적으로 가르칠 것이란 신뢰가 갔다. UCLA의 프로그램을 선택한 후 미국을 가기위한 준비를 해야 했다. 숙소나 지원서 제출 등은 학교의 담당선생님께서 친절히 도와주신 덕분에 별 무리 없이 진행되었으나 미국에 가기위한 학생비자 F1을 발급받는 과정 직접 해야 했다. 비자는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는 과정도 복잡하고 또 직접 서울에 있는 주한 미국 대사관에 가서 인터뷰를 해야 했기에 조금 힘들었다.

겨우 비자를 발급 받은 후엔 항공권을 구해야했다. 여행사를 통해 구할까 고민하다가 항공권 가격비교 사이트를 발견해 가격을 비교해보고 직접 티켓을 구매했다. 방학기간은 성수기라 금방 예약이 꽉 찼다. 처음에 봐뒀던 싼 비행기 표가 금방 매진되어 버려 ‘좀 더 빨리 예약할 껄…’이란 후회가 들었다. 직접 비자신청과 항공권 예약, 경유지 숙소 예약 등을 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옛날에 여행을 갈 땐 부모님이 다 알아서 해주셨는데 어느새 이런 일 정도는 혼자 해야 하는 성인이 된 것이다!

출국 그리고 기숙사에서

6월 22일, 봄 학기를 마친 직후 미국으로 출국했다. 약간의 걱정이 앞섰다. 우리학교에서 UCLA를 선택한 학생이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타지에서 혼자 생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니 설레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나갈 때가되니 언어도 부족하고, 문화도 생소한 곳으로 홀로 간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대만에 하루 경유했다가 LA에 도착했다. 입국심사가 끝난 후 숙소로 가기위해 셔틀 벤 을 이용했다. 셔틀 벤은 목적지가 비슷한 여러 명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벤을 타고 가는 교통수단으로 일종의 카풀 택시 같은 것인데 택시보다 저렴하면서도 택시처럼 목적지 바로 앞까지 태워다 줘서 편리했다. 내가 머문 USH아파트는 몇 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룸메이트들이 너무 좋았다. 룸메이트들은 모두 브라질에서 왔었는데 숙소에 도착해 인사하자마자 나를 파티에 데리고 갔다. 브라질 음식을 대접하는 파티였는데 스트로고노프(Strogonoff)라는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맛있게 음식을 먹으며 다른 나라에서 온 여러 친구들과 인사를 했다. 다음 날에는 룸메이트에게 근처 마트의 위치와 정보들을 물어봐 생활에 필요한 몇 가지들을 사왔다.

Intensive English Communication 프로그램

월요일에는 UCLA Extension에 갔다. 룸메이트인 마리아나와 함께 갔는데 생각보다 멀었다. 20분 정도 걸어 간 것 같다. 그래도 LA는 대로명 주소가 잘 되어있어 길을 찾아가기엔 무척 편리했다. 첫 날이라 듣기, 문법 그리고 말하기 시험을 포함한 반편성 시험을 쳤다. 다음날은 UCLA 캠퍼스 투어를 했는데 학교가 정말 크고 예뻤다. 하지만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 UCLA역시 초창기엔 작은 건물 2개로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 학교도 지금은 UCLA보다 작지만 몇 십 년 후에는 이런 모습으로 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수요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는 Academic과 Culture 그리고 Discover LA수업을 선택했다. 오전에는 Academic과 Culture를 번갈아가며 들었고 오후에는 Discover LA수업을 들었다. Academic 수업에서는 문법과 숙어표현, 단어, 발음 등을 배웠는데 한국에서 배운 것과 비슷했다. Culture에서는 미국의 유명시트콤을 보며 여러 표현들을 배우고 반 친구들과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때 본 시트콤으로는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한 ‘프렌즈’ 시리즈와 현대 사회의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 ‘모던 패밀리’ 등이 있었다. Discover LA은 LA의 관광명소들에 대해 조사하고 직접 가서 방문하는 수업 이였다. 수업시간을 이용해 관광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신청했는데 선생님이 첫 시간에 경고한대로 과제가 많아 좀 힘들었다. 주말이나 수업 끝나고를 이용해 따로 관광을 다녀와도 괜찮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주말의 San Diego 여행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샌디에이고를 다녀왔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국인 언니와 대만 사람인 메이, 브라질 사람인 알렉산드리아와 함께 차를 빌려 갔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미국에는 자동차 렌트 비용과 기름 값이 싼 편이어서 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차를 빌려 여행을 다녀도 좋을 것 같다. 나와 한국인 언니는 면허가 없었기 때문에 운전은 알렉산드리아와 메이가 번갈아 했는데 무척 멋있어 보였다. 나도 빨리 면허를 따고 싶단 생각을 했다!샌디에이고에 도착해서 ‘Top Gun’이란 영화를 찍은 레스토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바비큐를 시켰다. 분명 일인분을 시켰는데 양이 엄청났다. 거의 돼지 한 마리가 나온 것 같았다. 맛있었지만 좀 당황스러웠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샌디에이고 동물원으로 갔는데 동물원에 동물들뿐만 아니라 신기하고 큰 나무들도 있다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미국은 길가에도 엄청 큰 나무가 가로수로 있곤 해서 과연 동물원에 있는 ‘나무는 얼마나 클까’라는 호기심을 품고 떠났는데 정말로 엄청 큰 나무들이 있었다! 내 몸통이 한 4개쯤 모여야 그 정도 둘래가 될 것 같았다. 동물원에 들어가자 사람이 엄청 많았다. 투어버스를 이용했는데 영어로 설명하는 걸 귀담아 들으면서 동물들 까지 보려니 뭔가 어지럽기 시작했다. 날씨도 더워 동물들도 집 안으로 들어가 있어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열심히 설명을 들으려 노력하다가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버스에서 내리자 내 사진이 있었다. 버스에 탑승하기 전에 직원이 우리 사진을 찍었었는데 투어를 하는 동안 인화해 기념품으로 파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가격도 그렇고 사기엔 아까워서 그냥 내 카메라로 사진만 찍어서 나왔다. 버스에서 내려서는 걸어서 플라밍고나 북극곰 같이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었던 동물들을 구경했다. 동물들이 원래 살던 곳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으로 꾸며 놓아서인지 우리나라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에 비해 무척 활기차 보였다.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나와서는 라호야 비치를 찾아갔다. 그런데 아무래도 우리가 갔던 곳은 라호야 비치 근처의 동네 바닷가 같았다. 관광객보다는 잠깐 놀러나온 주민 같은 사람들이 많았고 주변에도 음식점 같은 건 없고 주택만 잔뜩 있었다. 아쉬운 대로 거기서 발만 담구고 놀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 돌아온 후에는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맛있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곳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파스타와 피자 등을 시켜먹었다. 모두다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에 남았던 건 큰 유리컵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꽉꽉 채우고 초코 시럽을 붓고 휘핑크림으로 마무리를 한 디저트였다. 접시에 깔려있던 호두와 함께 먹었던 그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저녁을 먹고 나서 메이와 알렉산드리아는 성인이라 바(Bar)에 갔지만 나와 한국인 언니는 미국에선 미성년자라 조용히 잠들었다. 한국에선 이미 엄연한 성인인데 미국에선 미성년자라니 뭔가 억울했다!

독립기념일 파티

다음날은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이었다. 어학원에서 만난 지형이 언니네 집의 독립기념일 파티에 초대받았기 때문에 빠르게 샌디에이고에서 돌아와서 언니네 집으로 갔다. 언니네 집은 한인가족 이었기 때문에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처음에 미국에 왔을 땐 햄버거나 스파게티를 먹으며 즐거워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한국음식이 너무 그리웠기 때문이다. 한국식 갈비와 된장찌개의 진정한 맛을 미국에서 알았다. 그 집의 언니는 UCLA 학생이었고 초대받아 온 내 또래 아이들도 다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 이였다. 다들 똑똑하고 영어도 매우 잘했다. 미국에선 거지가 나보다 영어를 잘한다. 한국과 다르게 미국에선 영어를 잘한다는 게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그 이상의 어떤 의미도 가지지 않았다. 영어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파티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독립을 축하하는 불꽃놀이도 볼 수 있었다. 사람들 모두 집집마다 모여서 파티를 열고 해변에서는 불꽃놀이를 하고… 좀 부러웠다. 역사가 다르니까 결과도 다른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광복절이 되면 좀 엄숙한 분위기를 띄는데 미국은 하나의 축제 같았다.‘한국광복군이 계획대로 진격해서 독립했다면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광복절을 축하하며 즐겁게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런 일왕의 항복이 빠른 광복은 가져왔어도 좀 더 자발적인 역사는 만들지 못한 것 같다.

또 다른 여행 그리고 추억

미국에서의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난 후에는 평일에는 학원 공부에 충실하고 주말에는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또 학원에서 주는 학생증으로 UCLA의 체육관이나 편의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어서 룸메이트와 꾸준히 운동을 하기로 약속했었다. 트레이닝복까지 샀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저기 구경을 다닌다고 몇 번 가지 못했다. 룸메이트는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꼬박꼬박 가는 것 같았다. 그 열정이 부러웠지만 난 너무 힘들어서 세 번 정도만 간 것 같다.

학원에서 사귄 외국 친구들과 파티를 열기도 했는데 학원에는 특히 대만 아이들이 많았다. 비행기를 대만 국적기인 에바 항공을 이용했기 때문에 대만에서 하루를 보냈었는데 그때의 경험이 대만아이들과 친해지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파티를 하면서 여러 나라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덕분에 영어실력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나 언어도 배울 수 있었다. 친구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 중에 흥미로웠던 것 하나는 브라질에서는 윙크가 ‘안녕?’ 확은 ‘알았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재미있어서 계속 따라하다가 윙크가 습관이 되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다. 학원수업을 들으며 남는 시간 틈틈이 할리우드나 디즈니랜드, 다운타운, 베니스비치, 산타모니카 등 LA의 명소들을 구경 다니다 보니 금방 수업기간이 끝났다. 좀 더 열심히 학원 수업에 참여하고 영어공부에 좀 더 충실할 껄 이란 아쉬움이 있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학원 수업기간이 끝나고는 학원에서 만난 언니오빠들과 함께 차를 빌려 LA근처의 도시 라스베가스,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다녔다. 라스베가스 에서는 날씨가 너무 더워 몸이 좀 힘들었지만 이국적인 호텔들의 모습이라든가 상상도 못했던 연출을 보여준 ‘O쇼’등 볼거리가 무척 많았다. 또 라스베가스 아울렛에서 쇼핑도 했는데 한국보다 훨씬 더 싼 값에 여러 물건을 살 수 있어 좋았다. 샌프란시스코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로스앤젤레스나 라스베가스는 너무 덥고 햇빛이 강해 어지러울 정도였는데 샌프란시스코는 선선한 날씨였다.

마치며…

밤엔 약간 춥다고 느낄 정도. 예쁜 날씨와 싱싱한 해산물을 즐기다 보니 한국으로 귀국할 시간이 금방 돌아왔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익숙한 풍경의 한국을 다시 보게 될 생각을 하니 기뻤지만 막상 미국을 떠나려니 쉽게 발길이 때지지 않았다. 처음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갈 때 까지만 해도 혼자 외국을 간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히려 혼자 나갔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을 국적에 관계없이 사귈 수 있었고, 또 앞으로 혼자서 어디서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 이렇게 보고서를 쓰고 있으니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이 무척 그립고 미국 그 자체도 그립다. 꼭 한번 다시 보고, 다시 가고 싶다. 단지 영어실력의 향상 뿐 아니라 생각을 깊게 하고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어 행복했던 여행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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