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1학기 중에 포탈에서 해외연수 지원에 관한 글을 보게 되었다. 1학년 때부터 해외에 여행을 가고 싶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같은 학년 친구인 정호도 해외연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어 같이 알아보게 되었다. 우선 기획 국제 교류팀에 가서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학교에서 지원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 문화체험을 신청하게 되었다. 문화체험 프로그램은 우리 학교의 언어교육원과 같이 미국 대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듣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있는 여러 학교들에 대해 알아본 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를 선택하게 되었다. UCSD의 문화체험 프로그램 강의이름은 Conversation이었고 수업기간은 한 달이었다.
학교를 결정한 후 시청에서 여권을 신청했다. 우리는 미국에서 한 달 수업만 듣고 오는 것이 아쉬워 며칠간 여행을 더 하기로 결정하고 여행 계획을 짜게 되었다. 해외 첫 장기여행이라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 헤매던 중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트렉아메리카라는 여행사를 추천하는 것을 알았고 트렉아메리카 홈페이지에 들어가 알아보았다. 트렉아메리카는 한 팀당 13명~14명 정도의 인원으로 여행을 다니며 1명의 투어리더가 팀을 이끌며 각 여행프로그램에 따라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캠핑을 하고 여행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물론 각 팀원들은 해외 각지에서 온 외국인들로 구성되게 되어있었기 때문에 영어 공부와 경험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트렉아메리카를 통해 여행을 하기로했다.
트렉 아메리카 프로그램들을 보니 San Diego와 가까운 미 서부 지역 LA, Las Vegas, San Francisco, Yosemite, Grand Canyon, 그리고 San Diego까지 여러 지역을 14일 동안 여행하는 Westerner2가 가장 마음에 들어 신청하게 되었다. 날짜는 UCSD의 수업이 끝나는 날 2일 후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에 신청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정을 짠 후 비행기 표를 왕복으로 예약 했고 여행보험, 기숙사 신청 등등 준비를 했다. 그리고 학교 방학을 하고 일주일 후인 6월 27일 11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출국하게 되었다. 일본 LA에서 환승을 해서 San Diego 공항에 미국 시간으로 6월 27일 14시에 도착하게 되었다. 우리가 한국을 출발해 미국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5시간이 넘었지만 미국에 도착해보니 아직 27일 이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San Diego 공항에서 우리를 픽업해주기로 되어있던 택시를 타고 기숙사까지 갔다. 기숙사에 도착하니 부엌에는 냉장고, 전자레인지, 전기레인지, 세탁기, TV 소파 등등 많은 편리한 물품들이 갖추어져 있었다. 또한 한 집에 방이 두 개 있었고 각 방에 2명씩 살도록 되어 있었다. 출발 전에 기숙사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2인 1실이라고만 설명을 들어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것을 예상 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서 누군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당황했었다. 얼굴을 보니 생김새가 한국인 같아 처음에 한국말로 인사를 했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영어로 다시 인사를 나에게 건냈다. 대화를 해보니 그는 사토루라는 일본인 이었다. 사토루 방에는 아직 입주자가 없어 사토루 혼자 살고 있었다. 사토루와 간단한 인사 후 짐을 풀고 다음날 아침수업을 위해 미리 학교를 둘러보기 위해 기숙사를 나갔다.
기숙사를 나선 후 많은 것이 어색하고 새로웠다. 기숙사를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신호가 바뀌지 않고 있었는데 한 외국인이 신호등아래 버튼을 누르자 곧 신호가 바뀌었다. 미국 신호등은 버튼을 눌러야 신호가 바뀐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기숙사 앞 횡단보도를 건너자 UCSD로 가는 방향을 표시한 표지판이 나왔고 그 방향을 따라 걸어가니 학교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음날 수업하는 건물 위치를 확인 하기위해 학교 내부 지도를 들고 돌아 다녔다. 그러나 아무리 돌아다녀도 건물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2시간 정도를 헤매고 나서 아이폰을 이용해 구글맵을 사용했다. 구글맵과 지도를 비교해보니 지금까지 돌아다닌 곳은 동부 캠퍼스였고 내가 찾는 건물이 있는 서부캠퍼스는 기숙사에서 한참을 더 가야하는 곳이었다. 학교내부에도 큰 도로들이 많이 있었고 동부 캠퍼스만 해도 엄청난 크기였다.
우리는 장기간 비행기를 타고 온 후 오랫동안 걸었기 때문에 지쳐 강의실은 내일 아침 일찍 나와 찾아가기로 결정한 후 저녁을 먹기로 했다. 기숙사는 학교 내부 기숙사가 아닌 학교 외부에 있는 아파트를 업체에서 임대하는 형태여서 학교와는 연계 되어있지 않아 학생식당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기숙사 앞 파파존스 피자집에서 피자 한 판을 사 기숙사에서 먹기로 했다. 외국에 와서 처음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긴장했었는데 의외로 간단하게 피자이름만 말하고 바로 계산을 했다. 피자를 받아와 기숙사에서 먹고 난 뒤 바로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8시 30분에 시작하는 오티에 늦지 않기 위해 6시에 일어나 7시에 출발했다. 아이폰 구글 맵과 학교 지도를 비교해가며 길가를 걷기도 하고 학교 내부를 걷기도 하며 1시간가량이 걸려 건물을 찾게 되었다. 도착해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8시 30분부터 수업에 대한 소개를 들을 수 있었다.
수업은 월화수목금 5일제이며 11시부터 1시까지 2시간동안 진행되도록 되어있고 수준별로 4개반이 있었다. 그러나 학교에 오기 전에 우리는 Conversation 수업만 신청 했었는데 Conversation+ 라는 수업이 9시부터 11시까지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Conversation+ 수강신청을 한 뒤 매일 9시부터 1시까지 4시간씩 수업을 하게 되었다.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들은 후 반 배정을 위한 문법, 단어, 듣기 테스트를 봤고 그 후 학교 내 투어를 했다. 교내 투어 후에 기숙사로 돌아왔다.
기숙사에서 사토루가 아침에 버스를 타고 학교 가는 길에 걸어가고 있는 우리를 봤다며 버스를 타고 학교 가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 후 우리는 버스를 타고 다녔고 버스는 한번 타는데 2.25 달러로 비싸지만 UCSD 학생은 학생증을 보여주면 공짜로 탈 수 있었다. 이런 제도가 우리학교에도 도입된다면 정말 편리 할 것 같았다. 샌디에고에서 버스는 2.25달러로 버스비는 비쌌지만 우리나라만큼 버스가 많지 않았고 시스템이 편리하지 않았다. 버스가 10시 전에는 거의 다 끊겼고 버스노선들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샌디에고에는 지하철이 없었고 트롤리라는 열차가 있었다. 트롤리 역시 한번 타는데 5달러나 했지만 노선이 매우 적어 불편했다. 그래서 샌디에고에서는 학생들도 많이 차를 가지고 있었다.
수업 첫 날 학교에 가니 나는 4개의 반 중 두 번째 반에 같이 배정 받아있었다. 우리 반은 브라질인 3명 일본인 6명 스위스인 3명 쿠웨이트인 1명 한국인 3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수업은 학생들 전원이 대화를 하며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일주일에 두 번은 UCSD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Conversation Leader 로서 4명 정도 참여해 그룹을 지어 토론하는 형태의 수업을 했으며 일주일에 하루는 Field Trip 으로 법원, Balboa Park, Aquarium 등을 방문했었다. 또한 수업외의 활동으로 Day at The Bay (Mission Bay에서의 프로그램), San Diego Zoo 구경, Surf Day, Sea World 구경 등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영어로 말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외국인들과 조금씩 말을 많이 하게 됐고 어울리기 시작했다. 한 번은 conversation leader 중 한 명이 Scott의 주도하에 교내에 있는 바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대부분이 맥주를 마셨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술을 마실 때 안주를 시켜 같이 먹는데 외국에서는 대부분 안주 없이 술만 마셨다. 그렇게 바에서 술을 마신 뒤 캔 맥주 한 박스를 사서 더 마실 사람들 5~6명이서 교내 기숙사에 살고 있는 일본인 요시 아저씨네 방에 모여 대화를 하며 맥주를 마셨다.
대부분의 대화의 내용은 자신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였으며 서로 공감하기도하고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 후에도 학교를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UCSD에는 동양계 학생들이 정말 많았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정말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샌디에고에 있으면서 한국 음식들이 그리울 때가 많았다. 그런데 한인 타운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위치를 알아보니 Balboa Avenue 근처에 작은 한인 타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인 타운까지는 기숙사에서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1시간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한인 타운에 가보니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노래방, 당구장 등을 볼 수 있었다. 한인 타운에서는 순두부 찌개를 많이 팔고 있었다. 한국의 대표음식으로 순두부 찌개가 많이 알려져 있었다. 처음 한인 타운을 갔다 온 후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한인 타운에 가서 밥을 먹고 한인 마켓에서 라면 같은 간단한 음식들을 샀다. 한인 마켓에서 사온 음식과 기숙사 근처의 마켓에서 장본 음식들로 저녁은 대부분 기숙사에서 해결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수업은 종강을 하게 되었다. UCSD를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또한 UCSD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석박사과정을 그곳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